Episode 2 – 생명의 바람이 부는 장소

제2화 생명의 바람이 부는 장소

“이제 슬슬 잠깐 쉬자고.”

남자의 목소리에 문득 현실로 돌아온 내 눈 앞에, 털이 덥수룩한 손으로, 보비가 와인 잔을 건넸다. 어느 사이엔가 구름이 걷히고, 아프리카의 강렬한 햇볕이 용서없이 내 금발과 하얀 피부에 내리쬐었다. 오늘 아침에 막 발굴해낸 참인 점토판 복구에 열중하고 있던 탓에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잊고 있던 나는, 어제 보비가 내뱉은 무례하기까지 했던 유혹의 표현들을 생각해내고는 웃음기를 도로 거두었다.

“이런, 이봐 재닛, 아직 화내고 있는 거야? 어제는 좀 많이 마셨던 것뿐이니까, 이제는 좀 기분 풀어줘.”
“글쎄, 아마 당신은 핵 미사일 작동 버튼을 누르고도 똑같은 핑계를 댈 것 같네요.“

나는 그렇게 내뱉고 다른 발굴 멤버들이 쉬고 있는 텐트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보비는 평소에는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술이 들어가면 한순간에 여자에게 음흉한 짓이나 하는 막되어먹은 남자로 변모하는 것이다. 어젯밤도 술김에 나의 텐트로 숨어 들어와서, 매춘부에게나 요구할 것 같은 태도로 들이대 왔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허락할 게 아니었다.

나는 매달리듯 따라오는 보비를 무시하고 텐트 옆쪽의 나무그늘 아래 주저앉아, 늘상 있는 논쟁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들, 제네바 고고학 팀의 테마는 ‘창세기’를 역사상의 논픽션으로서 실증하는 것이었다. ‘창세기’나 ‘구약성서’의 원본이라고 하는, ‘에누마 엘리시’나 ‘아트라 하시스’로 불리는 고문서(원통인장이나 점토판)의 미발굴 부분을 조사하기 위해서, 이런 변경의 땅까지 발걸음을 옮겨왔다.

이미 발굴되어 해독된 것들의 수메르나 아카드 고문서에 적힌 내용은 놀랄만한 것이었다. 예컨데 천문학에 대해서도 그들의 지식은 최소한 현대에 필적한다, 고 단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천왕성의 발견은 1781년, 해왕성을 보면 1846년으로 두 행성 모두 고작 대략 200년 전에 발견됐을 뿐이다. 그런데,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인은 무려 6000년 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천문도에도 명확하게 이 두 행성이 묘사되어 있었다. 거기에다, 두 행성을 칭하여 물로 가득 찬 청록색의 쌍둥이 처럼 빼닮은 행성 ‘엔티마쉬시그(en.ti.mash.sig) 카크카브 샤남마(kakkab shanamma)’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런한 것은 1989년보이저 2호가 보내온 영상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진 것들이다. 그때까지의 학계에서는 가스질의 행성이라는 (지금에 와서는 틀린 것으로 확인된)추측을 하고 있었던 것에서 봤을 때도 그들이 굉장히 고도의 천문 지식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2008년에 이르러서야 발견된 태양계 제 10번 행성의 존재나 행성 간의 거리와 주기에 대해서도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고, 그들의 지식은 천문학에만 머물지 않아 의학, 법학, 수학, 음악, 화학, 광물학, 지리학, 식물학 등에 까지 미치고 있었다.

그러한 경이로운 지식 중에서도 특히 우리들이 주목했던 것은 대체 그런 방대한 지식을 어떤 방식으로 순에 넣을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고대 바빌로니아의 문헌에는, ‘지구의 문명은 공전주기가 3,600년인 태양계 제12번 행성 마르두크에 거주하는 네피림(고대 헤브라이 어로 하늘에서 내려온 자)에게서 전수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의학이나 법학에 관한 부분에 한해서는 수메르 인의 예지를 인정하는 학계도 이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 무시하거나 웃어넘기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것은 지구의 문명이 우주인에게 전수받아 생긴 것이라고 하는 SF영화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학자적인 사람들로서 이 문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극히 드물어서, 있다고 해도 이단적인 취급을 받는 학자들 뿐이었다. 게다가, 이 고문서들에는 문명뿐만 아니라 인류 그 자체가 네피림이라는 이성인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완전히 방치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러한 비웃음에 들고 일어나는 용기 있는 학자도 없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노벨상 수상 학자인 프랜시스 크릭은, ‘생명의 씨앗은 우주로부터 기원했다’는 판스페르미아 가설을 일진보시켜 ‘특정한 지구 밖 생물의 의지로 생명의 씨앗이 탄생했다’는 의도적 판스페르미아 가설을 발표했던 것이다. 이 논문은 1973년에 발표되었지만 당연히 많은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나 자신도 그 의견을 완전히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부분에서는 지지할만하다, 고 생각하고 있다.

지구가 탄생한 것이 46억년전이고, 생명이 탄생한 것은 40억년전이라고 했을 때 단지 6억년으로 단독 원소에서 생명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너무나 짧다. 혹시 생명이 자연 발생했다고 한다면, 생명의 구성원소나 유전요소라도 훨씬 다양하고 풍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의 구성요소가 DNA와 RNA와, 아미노산 20종류로 한정되어버리는지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나의 흥미는 실은 그 다음의 인류 창세의 과정이었다. 즉 생물의 기원이 우주의 다른 곳에서 의도적으로 넘어왔든 자연 발생했든,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이 인류의 시작이라고 하는 아담과 이브가 어떻게 해서 탄생했는지가 나의 최대 관심사인 것이다.

애초 유인원의 조상 영장목이 남동 아프리카에 나타난 것이 4천만년 전이고, 1500만년 전에 화석 원숭이가 분화해 직립 원인이 출현한 것은이 500만년 전이다. 나아가 150만년 전에 자바 원인 등의 호모 에렉투스로 이행되고, 드디어 30만년 전의 시기가 됐을 때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한다. 이 때가 인류의 탄생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 점에 대해서 종교인이 믿는 성서의 천지창조설과 과학자의 진화론은 서로 대척하고 있다. 즉, 종교인은 인간은 신에 의해 탄생한 것이며,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는 따위의 이론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과학자는 그러한 종교적 감정은 과학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미신이라고 반론한다. 그러나 내 입장은 어느 쪽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생각하는 종교인들의 생각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단지 문제는, 그 신이 누구인가라는 점이다. 그런 의문의 대답을 수메르 고문서에서 구한다면, 상술한 마르두크라는 12번 행성의 거주자 네피림이라는 답이 나온다. 단, 이 점에 대해서는 발굴 팀 사이에서도 다양한 생각이 있어 통일된 견해가 모아지지 않는다. 특히 팀의 연장자인 데이비드는 ‘돌연변이에 의한 인류기원설’ 지지입장을 한 치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도 한참동안 환경 변화로 인한 돌연변이의 가능성에 대해서 열렬하게 이야기하고 있던 참이다.

“하지만, 그렇게 나온 돌연변이체가 지구에 확산될 때까지는 아득한 시간이 걸릴 테고, 무엇보다도 변이를 결정짓는 유전자 그 자체는 통상 유전자보다도 저항력이 약해서, 그걸 몇 세대에 걸쳐서 유지하는 건 기적에 가까워요.”

나는 바로 데이비드에게 반론했다.

“그거야, 자네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 주기로 생각하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지, 재닛. 그 원숭이들은 몇 천 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살아온 거라고. 맹수의 먹이라는 입장에서 말야. 딱 한 번 생긴 염색체 이상이 믿기 어려울 정도의 기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우리 둘의 논쟁은 결국 언제나 여기서 멈춰버린다. 데이비드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구약성서나 창세기를 부정하고, 나 또한 과학자로서 그것을 긍정한다. 다시말해, 현재의 연구는 창세기의 원전이 되는 고대 수메르나 바빌로니아의 문헌 속에서 과학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인류 탄생의 과정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그것을 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를 입다물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창세기에서 신들은 땅을 경작해야할 아담이 없겠기 때문에 그를 창조했다, 고 적혀 있다. 고대 아카드의 창조 서사시 ‘아트라 하시스’에도 광산을 뚫을 노동자로서 아담을 만들어 내었다는 서술이 있다. 12번 행성의 왕권을 쥐고 있던 네피림은 아마도 지구에 살고 있던 유인원의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인간 아담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45만 년 전의 일일 것이다. 아담이라는 이름은 점토라는 의미의 ‘아다모’라는 어원을 가진다. 아카드 어에서 인간을 의미하는 ‘루루’는 섞여 모아전 것, 수메르 어의 ‘루’는 길들여진 것이라거나 봉사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즉 고대인들은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창조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실험의 모습은 발굴된 점토판에 묘사되어 있고, 유전자 조작 실험의 결과 태어난, 아마도 실패작으로 보이는 새로운 생물의 모습도 몇 가지 그려져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구체적인 실험 내용에 대해서 기록된 부분이 완전히 잘려 있어서 지금까지는 단지 고대인의 상상력의 산물로 취급되어 왔다. 이번 점토판도 1년 전에 발굴된 당초에는 단순한 천체 계측 기록 정도로 밖에 여려지지 않았었지만, 바로 어제 발견된 첫머리 부분에 루루의 탄생 기록이라는 문자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우리 조사단이 투입된 것이다.

나는 데이비드와의 논쟁을 일찌감치 중단하고 나의 텐트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문득 테이블 위를 보자, 막 도착한 편지들이 놓여 있었고 서둘러 발신인의 이름을 확인하니 기다려 마지않았던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재닛 밀건 씨.

빠르게 자료를 전달해주신 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신이 보낸 선물은 정말로 훌륭한 자료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 숫자 배열은 DNA 유전자 배열을 기록한 것으로 인류 창세기에 유전자 재구성이 이루어졌다는 당신의 추론은 거의 진실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자신의의 연구 과제였던 ‘신의 유전자’라고 일컬어지던 비밀의 유전자 코드에 대해서 커다란 힌트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는 감사드릴 단어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연구 성과를 쌓아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번 당신의 발견과 고찰이 최신 유전공학이나 생물공학의 분야에서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저도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종료되어 지구로 귀환한다면, 바로 이 테마에 몰두할 생각입니다. 귀환을 즐겁게 기다려 주세요.

그럼, 건강히 지내시길.

신실함을 담아, 캐런 맥과이어’

그녀는 생물공학의 대가로, 유전자 재구성의 실적에 있어서는 세계에서도 톱 클래스의 과학자이다. 그런 학자에게서 보증을 얻었다. 자신의 추론이 옮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틀림없다. 환희의 아드레날린이 온몸을 내달리고, 환성을 지르면서 텐트를 뛰쳐나왔다. 몇 번이고 브라보를 외치면서 어젯밤의 일은 이제 완전히 잊고, 어리둥절하게 서있던 바비를 끌어안고서 몇 번이고 목덜미며 뺨을 가리지 않고 열렬하게 키스를 반복했다.